개발 활동/스타트업 인턴

[스타트업 인턴] 스타트업 인턴을 시작하고 한달이 지났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Razelo 2022. 8. 2. 08:44

서울에 있는 모 스타트업에서 하계인턴을 시작한지 벌써 한달이 되었다. 

 

꽤나 바빴던 한달이었다. 앞으로도 한달이나 더 남았지만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때는 내가 애초에 지원했던 라이브러리 개발이 아니라 파이썬과 장고를 활용한 백엔드 포지션으로 들어와서 너무 좋았다. 사실 Django를 사용해본적이 없어서 내심 백엔드 개발 포지션을 탐내고 있었지만 먼저 포지션 변경 제안을 해주셔서 나는 좋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Django를 이틀만에 빠르게 학습해야했고  NCP와 Nginx 그리고 도커 사용법을 익혀야했다. Django의 경우 파이썬을 오랫동안 사용해왔었고 SpringBoot를 활용해서 두세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개념을 몰라서 애를 먹진 않았다. 그리고 운 좋게도 자료도 굉장히 풍부했고 책을 사서 직접 공부하고 정리하면서 이틀동안 Django를 학습해보고 몇가지 실습을 직접 해보면서 금방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첫주 목금동안 빠르게 Django를 학습하고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바로 api 개발을 진행했다. 

 

회원가입부터 시작해서 로그인 api 를 구현했고 jwt를 통한 사용자 인증과 문자서비스로 진행하는 본인인증을 모두 구현하면서 꽤나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문자 인증은 NCP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사용했는데 정말 편리했다. 그러면서도 Django의 특이함에 신선하다고 생각했었고 테스트 코드를 꽤나 많이 작성하면서 왠지 모르게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되었든 코딩을 많이 하는게 꽤나 재밌었기 때문이다. 

 

업무량은 꽤나 많았다고 생각했다. 기획까지 진행했었고 기획 회의에 참가해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했고 온갖 문서작업과 후임자를 위한 학습자료 정리까지 진행했다. 특히 NCP를 적용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학부에서 프로젝트를 할적에는 실서비스를 크게 만들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Auto Scailing 이나 Docker를 써볼일도 없었고 Nginx도 내가 직접 설정한 것이 아니라 분담한 팀원이 세팅해주었기 때문에 이 모든걸 한꺼번에 빠르게 학습하려니 점심을 먹고나서 쉬지않고 계속해서 개인적으로 학습하고 정리해야만 했다. 사실 그래도 부족했다. 오전에 배우고 오후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백엔드 전체를 혼자 맡아서 개발하고 나머지 작업들도 병행하려니 할일이 꽤 많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재밌었던건 또 이렇게 많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재밌어졌다. 아마 예전에 우리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 덕분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거운데 그냥 할일은 어차피 해야되니 하면 되는 것이고 조금 많은 일이 부여되어도 그냥 재밌다고 생각하면 재밌어졌다. 이런 생각이 가능해지게 만들어주신 그 교수님께는 항상 감사한 것 같다. (지금은 은퇴하셨다.)

 

그리고 실무에서의 경험을 쌓는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도 그런 버거움들을 달랠 수 있게 해주었다. 다만 한가지 느꼈던 것은 출퇴근이 정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학생일때는 기숙사에서 쉬다가 수업 시간이 되면 학교 건물로 가서 공부하고 밥먹고 다시 기숙사로 와서 쉬면 그만이었다. 물론 학생에 비유하는 것은 많은 비약이 있겠지만 인턴이 되어서 회사로 출퇴근하는데 왕복 3시간의 거리를 왔다갔다 하려니 퇴근하고 집에와서 개인적인 공부를 하기가 너무 싫었다. 그냥 피곤했고 눕고 싶었다. 그래도 퇴근하자마자 바로 뻗어버리는건 뭔가 나 스스로에게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자기전에 책을 읽었다. 그날 배운 내용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도 했고 나름 할일들을 마무리하고 잠에 들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벌써 한달이 흘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코드리뷰가 거의 없었던게 너무 아쉬웠다. (두번 정도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전까지 혼자 사무실에 앉아서 개발하는 날도 있았다. 주변 분들이 바쁘셔서 첫주 말고는 코드를 거의 봐주지 못하셨고 새롭게 런칭할 서비스의 백엔드 전체를 혼자 맡아서 개발하려니 많이 버거웠다. 사실 양이나 복잡함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버거웠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는게 더 맞는 표현인 것같다. 뭘해야할지 몰랐다.

 

어느 선까지 해도 되고 어느 선까지 건들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었던 것 같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도메인 서비스를 만지면서 아직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실제 운영중인 서비스에 대해서 건드려야하고 실제 운용중인 디비를 내가 직접 옮겨야하고 세팅해야하니 잘못 건드리면 문제가 생길까봐 이에 대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혼자 만들면서 놀려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면 언제든 다시 삭제하고 만들어도 되지만 실제 운용중인 프로젝트의 아키텍처를 변경하고 돌아가고 있는 서비스들 옆에서 서버 이전을 진행하는 업무는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지내고있다. 내게 아직 부족한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위에서 마냥 버겁고 부담되고 힘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진짜 재밌다. 업무량이 조금 많고 모르는 개념들이 있는 것은 부차적일 뿐이었고 새로운 개념들을 배우고 적용하면서 혼자서 낑낑대는 순간들이 재밌었다. 

 

이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과정이 재밌다. 새로 배우는 내용들도 재밌다.

 

문제가 생겨서 페이지 하나가  먹통이 된 적이 있는데 이것도 재밌었고 이 업무 저 업무 마구 던져지는 것도 재밌었다. 왜냐면 내가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이라 그랬던 것 같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게 재밌었고 나 스스로가 뭘해야할지 버벅이는 상황도 재밌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이 있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는데 이 돈으로 누군가와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월급을 받은 점에서 좋았던게 아니고 돈으로 누군가와 좋은 시간을 보내서가 아니었다.

 

누군가와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게 그 무엇보다 가치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그걸 깨닫게 된게 좋았다. 가장 중요한걸 이제서야 알게 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한달이 남았는데 다음주에는 뭘 만들지 궁금하다. 그래서 재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전에는 좋은 엔지니어나 좋은 개발자 혹은 프로라고 불릴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길 원했다면 이젠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에는 모든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든 어느 분야든 말이다. 

 

항상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스스로 먼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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