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

다섯까지 세기

Razelo 2022. 2. 2. 23:12

사람들은 성장의 가치를 신봉하는 것만큼 극복이라는 가치를 신봉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극복하지못함의 무서움을 알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성장은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할 수도 있다. 성장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정체는 후퇴이고 후퇴는 죽음이니까. 하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했을 때보다 더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가끔 사람들은 잊고 산다. 성장하지 않는 것은 서서히 죽어가지만 극복은 개인별로 할당한 시간 내에 극복하지 못하면 그 즉시 사망한다. 그래서 죽은 사람으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극복의 가치는 성장의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시기는 인생에 있어서 극히 짧은 특정 시기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 롱런의 철학인 성장이 인생 전반의 가치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나를 죽지 않게 만드는 정신력의 기원이다. 그 첫걸음은 가만히 앉아서 더러운 기분을 여실히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고 그 감정과 함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귀를 열게 되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대충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대로 살면 살아가는 게 너무 쓰라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예외가 허용된다. 그렇게 못할 것 같아서 지끈거리면서 울렁거린다면 그때만큼은 성장과 극복의 가치는 잠시 버려두어도 된다. 정말 자신을 보듬어야 할때이니까. 대신 잠시 쉬어가는 그 순간의 연장선에서 이제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순간 입밖으로 다섯까지 세고 일어서면 된다. 일어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내 의구심이 들지만 확인해보고 싶으면 정말 다섯까지 세어보고 박차고 일어나면 된다.

 

(오랜만에 예전에 있던 비공개 글들을 읽다보니 재밌는 글들이 몇개 있어 그중 일부를 긁어와봤다. 1년반은 지난것 같아서 시간이 꽤 지난것 같은데 왜 나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것보다 내 예전 글들을 읽는게 더 재밌을까? 내용이 길어 전부 긁어 수정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재밌게 느낀 부분중 일부만 긁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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